What/Gear

사코슈

Senior Kko 2020. 5. 31. 23:41

이미지 출처: Pinterest https://www.pinterest.co.kr/pin/376965431313604923/

"사코슈"라고 말하면 일흔 가까운 제 친구들이나 비슷한 연배의 선후배들의 열명 중 아홉 명이 "그게 뭐야?"라고 할 것입니다. 사코슈(Sachoshe)는 프랑스어로 어깨 끈이 달린 작은 가방이라고 말해 주면, "어깨끈이 달린 작은 가방은 크로스백 아냐?"라고 반문하겠지요. 그런데 크로스백과 사코슈백은 비슷하지만 꽤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폭(幅)입니다. 크로스백은 폭이 꽤 있지만, 사코슈백은 폭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사코슈백은 원래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할 때, 백팩의 보조가방으로 쓰였습니다. 사코슈백을 만드는 원단은 그 특성상 질기고 가벼우며 방수가 되고 쉽게 오염되지 않은 코듀라 등이 쓰입니다. 색상은 여전히 검은색이 주도적이지만 갈수록 화려한 색상의 사코슈백도 많이 출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지갑, 스마트폰 , 선그라스, 주머니칼 등을 하이킹(트레킹) 중에 백팩에서 꺼냈다가 다시 넣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저는 버스를 타면서 카드를 백팩에서 꺼내느라 곤란을 겪은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백팩과는 따로 몸에 착 달라붙는 작고 얇은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있으면 매우 편리합니다. 

지갑이야 등산복 호주머니에 넣어두면 간단하지 뭘 그러냐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시니어들은 깜박깜박 하기 때문에 중요한 물건을 호주머니에 보관하면 분실하기 쉽습니다. 심지어는 어느 호주머니에 뭘 두었는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뇌의 퇴화는 어쩔 수 없기에 가능하다면 보조장비를 사용해 해결하려는 생활방식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이 사코슈백도 백팩과 마찬가지로 야외에서 도심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만해도 도시형 백팩을 메고 다니다 은퇴 후에는 크로스백을 거쳐, 요즘은 사코슈백을 메고 외출합니다. 물론 젊은 분들은 노트북이다 뭐다 소지품이 많아 아직도 백팩이 대세지만 최근 젊은 여성분들을 중심으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고, TV에서는 남자 연예인들도 모양새로 메고 다니기도 하더군요. 

제가 사용하는 사코슈백입니다.

왼쪽부터

1. 미국 '그래니트 기어(Granite Gear)'의 사코슈(기본형): 색상 몇 가지 있으나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음. 사이즈 두 종류(사진보다 더 큰 사이즈 있음). 아웃도어 장비 전문 회사의 제품답게 가볍고 질기며 방수 및 방오 기능 좋음. 가격 2만원 중반대 

2. 무인양품(MUJI)의 사코슈: 가격 1만 1천 원, 색상 다양, 뻣뻣한 원단, 생활방수 

3. 무인양품(MUJI)의 여행용 크로스백(사코슈형): 가격 2만원 정도, 검은색뿐, 수납 편리

1번 그래니트 기어 제품은 제가 제일 애용하는 사코슈입니다. 전에는 하이킹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했었는데 3번 때문에 요즘은 산에 갈 때만 착용합니다. 2번은 내부에 보조 칸막이가 없어 잡동사니 정리(오거나이징)에 좀 불편한 기본 중의 기본 사코슈입니다. 저는 한두 번 쓰고는 처박아 뒀습니다. 

3번은 요즈음 저의 하루 약 8~9Km의 산책 겸 걷기 운동에 필수품입니다. 앞뒤로 두 개의 지퍼 수납공간과 똑딱이 단추가 달린 가운데 공간은 작은 물병과 고글형 선글라스 등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합니다. 사진 전면의 지퍼 수납공간에는 지갑 등을 넣을 수 있도록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으며, 사진 뒷면은 망사로 된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백은 사코슈와 크로스의 중간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요즘 시중에는 이 녀석보다 크기와 용량이 더 큰 것들도 사코슈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코슈백이 너무 크면 본래의 용도에 어긋나게 됩니다. 사코슈백의 어깨끈은 좁아서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 무거워지면 어깨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폭이 넓은 천으로 만든 어깨끈이 달린 제품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무거워지면 사코슈백은 크로스백에게 역할을 넘겨야겠죠.

비교하시라고 제가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투미(TUMI) 사의 크로스백 사진을 올렸습니다. 투미 제품은 튼튼하다는 장점 때문에 백팩과 크로스백을 가리지 않고 무게가 꽤 나가는 편이라 아무래도 긴 시간 멀리 외출할 때 외에는 사코슈백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 가방은 크로스백 중에서는 작은 편인데도 폭은 사코슈백보다는 훨씬 넓습니다.  

사코슈백이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5만 원을 넘어 심지어는 10만 원 이상 나가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편리성만 따진다면 3만 원 정도면 각자의 용도에 적합한 괜찮은 물건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구글에서 "사코슈"라고 한글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여러가지 사코슈백들을 볼 수 있습니다. 원문으로 검색할 때는 "Sachoshe Bag"으로 검색을 해야지  "Sachoshe"만으로 검색을 하면 사코슈백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