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이는 노인(老人)의 우리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인이라면 그런데로 괜찮게 들리는데 늙은이라면 좀 비하하는 듯이 들립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한자어에 밀려 경시된 것은 이런 저런 아픈 역사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노인단체의 이름을 봐도 OO노인회지 OO늙은이회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면전에서 "이 늙은이"라고 하면 난리 날 것입니다. 물론 "이 노인"이라고 하면 괜찮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어르신"이라고 하면 무난하게 넘어갈 것도 같습니다.
요즘에는 시니어(senior)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됩니다. 글로벌시대~! 세계언어로서의 영어의 위치를 따질 것도 없이 우리말 한마디 없는 공중파 방송제목이 난무하는 시대에 시니어라는 표현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버라는 표현보다는 낫다고 생각됩니다.
제 블로그 제목이 "늙은이 잡지"라고 하면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노인 잡지"? 식상합니다. 그렇다고 "어르신 잡지"라는 표현도 너무 제한적인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실버 매거진"? 무언가 상업적인 냄새가 짙게 풍깁니다. 실버산업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시니어산업으로 실버마케팅도 시니어마케팅으로 변해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얼핏 본 기사의 표현입니다.
보건복지부(한국노인인력개발원)는 국내 대표적 편의점 기업인 (주)OOOOO마트와 X월 X일(수) 15시,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스텝업(Senior Step-up)” 협약식을 체결했다.
"시니어 스텝업?" 쉽지 않은 용어입니다. "노인 일자리 만들기"라고 하면 무언가 싸구려 알바 주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는 것을 높은 데 계신 분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국가기관도 이럴진대 제 블로그 제목이 "시니어 매거진"이라고 너무 나무래지 마셨으면 합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각 지역사회의 시니어 클럽, 시니어 센터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런 클럽이나 센터들이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들을 열심히 저임금 일자리로 모시는(?) 단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처럼 인터넷 파도타기가 취미인 나이 먹은 사람을 실버티즌(silver와 netizen의 합성어)이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디지털시니어(digital senior)라는 호칭도 등장했습니다.
횡단보도나 지하철역에서 애쓰시는 어르신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65세 이상의 나이드신 노인에게 사용할 때 좋은 것 같습니다. 어르신이라는 호칭이 가장 듣기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의 블로그 글도 본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스승을 뜻하는 표현이 아닌 일반적인 경칭이 되어버린 요즈음입니다. 약간 나이가 덜 드신 65세 미만의 분들을 부를 때 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원로 연예인이 TV에 출연하면 후배 연예인은 다들 선배님 대신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더군요. 글쎄요.~ 스승의 의미가 아닌 일반적인 경칭으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도 가끔은 선생님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대로 괜찮은 느낌입니다.아동보다는 어린이가 정겹게 들리듯이 노인보다는 늙은이가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부드럽게 들리는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참고
시니어나 실버는 호칭이라기 보다는 노년기를 표현하는 일반적인 용어겠지요. 학술적으로는 노인도 여러가지로 나뉩니다. 연소노인(young-old), 중고령노인, 고령노인 등입니다. 65세미만, 65~75세, 75세 이상이 대략적인 기준입니다.'Stray Thought > Getting Old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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