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공유와 협업의 시대라더니 무책임한 대통령의 입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어떤 장관은 취임식에서 '관계부처와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곳곳은 가히 협업의 전성시대다. 그래서 그런지 티브이를 켜면 걸핏하면 콜라보를 외치던 패션계나 대중음악계를 주름잡는 유명인들을 본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협업(collaboration)이란 무엇인가? 협업의 사전적인 정의를 알기 위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봤다. '협업(協業)은 경제용어로 많은 노동자가 협력하여 계획적으로 노동하는 일'로 되어 있으며 비슷한 말은 '분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우리말' 협업'으로 구글 검색을 했다. 1백5십2만 건의 자료가 검색된다. 네이버는 필자에겐 검색 도구가 아니나 혹시나 해서 검색을 했더니 어학 사전, 백과사전에 이어서 펌글 상식을 모아 놓은 지식인의 결과가 나열된다. 그리고는 무슨 '협업진흥협회'라는 사이트..., 블로그..., 카페에 이어 네이버 책 선전으로 이어지는 검색 결과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결과는 뻔하다. 구글에서 다시 collaboration으로 구글 검색을 했다. 무려 2억 9천6백만 건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다시 협업의 검색 결과로 돌아갔다. 한글 위키피디아에선 "협업(영어: collaboration 컬래버레이션[*])은 '모두 일하는', '협력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다."라고 되어 있다. 국어사전보다는 약간은 더 나간 느낌이다. 내친김에 '콜라보'를 검색해서 콜라보가 컬레버레이션의 일본어 발음(コラボレーション; 콜라보레숀)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됐다. 방송에서 무슨 불어 발음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발음하던 일부 대중문화 권력자들은 그러니까 일본에서 배워온 컬래버레이션의 일본식 발음을 줄여 말한 것뿐이었다.
이미지로 검색해도 수많은 결과가 나온다. 그 중간에 다음과 같은 정의를 만났다.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정의다. 좀 더 가까이 간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
검색을 계속해서 시스코사에서 '기술 전파자'로 알려진 칼로스 도밍게즈(Carlos Dominguez) 시스코 이사회 의장이 작성한 글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마이클 슈라지(Michael Schrage)는 그의 책 '팀은 제발 그만! (No More Teams!)'에서 협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협업은 우리의 전통적인 의사소통 구조와 팀워크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협업에 하나의 과정이 필요하며 목적은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그의 해설을 좋아합니다."는 구절을 발견했다.
누구나 위의 글에서 첫눈에 '새로운 가치의 창조'에 주목할 것이다. 창조경제를 소리 높여 외치는 현 정부도 협업이 주는 창조의 개념을 높이 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과정을 애써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심하게 병든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물질을 지고의 가치로 인정하고 엎드려버린 우리 사회 대부분의 조직은 그들의 물질가치 창조를 위한 협업에 매진할 것이다. 나는 개인들이 힘을 모아 정신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으로서의 협업을 이야기하고 싶다. 앱이라는 매우 제한된 도구들을 사용해 민초들이 정신적 가치를 창조하는 험난한 길을 조금씩 일구어 가는 과정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하여 풀뿌리 조직들이 많이 생겨나고 활발한 협업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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