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많은 회사는 망한다는 속설은 큰 기업이나 공공조직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회의는 바로 비용이기 때문이다. 비영리 공공조직이 회의가 많다면 그들은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것이니 더 위험하다. 오히려 많은 회의가 필요한 곳은 소규모 개인들의 풀뿌리 조직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개인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의 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풀뿌리 조직은 좁은 지역 범위를 뛰어넘기 힘들다. 설령 구성되었다 해도 구성원 각자의 시간적인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이동 비용과 공간사용 비용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회의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풀뿌리 조직의 활성화가 힘든 이유 중의 하나다. 여기서 온라인 협업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온라인 협업은 동기적(同期的; synchronous) 협업과 비동기적(非同期的; asynchronous) 협업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카톡이나 텔레그램 등의 메시징(채팅) 서비스나 스카이프, 행아웃 등을 이용한 온라인 회의 서비스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후자는 멤버들 간의 상호작용에 시차가 존재한다. 구글 닥스(Google Docs), 미디엄(Medium) 등의 정해진 공간에 문서를 올리고, 주석을 달거나 또는 위키피디아 같은 곳에 글쓰기 기여를 하는 것이 좋은 예다. 기술적으로는 클라우드 기반 기술이 온라인 회의나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앱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 관리용 앱이며 두 번째는 학술기관, 언론사, 그리고 소규모의 개인 그룹에서 사용하는 공동저술(함께 글쓰기)에 특화된 앱이다. 물론 어느 앱을 사용해도 다른 부류의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어떤 프로젝트의 세밀한 단위까지를 꼼꼼하게 관리하기에는 후자로는 많이 부족하고, 여러 사람의 협업에서 생기는 창의성을 수용하기에는 전자는 너무 사무적이다. 풀뿌리 조직의 온라인 협업은 우선 함께 글쓰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은 함께 글쓰기에 적합한 앱들이다.

  • Google Docs
  • 마이크로 소프트의 Word Online
  • Medium
  • Quip 

최근에 채팅기능을 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업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에버노트를 필자가 함께 글쓰기용 앱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옆잡이(측주; 側註)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측주는 함께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모든 워드프로세서가 각주(footnote)기능을 가지고 있다. 각주 기능은 학술적인 문헌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능이지만 완성된 문헌에서만 그러하다. 협업 과정에서의 각주를 통한 협업자와의 소통은 오해와 혼란을 초래하기 쉽다. 약간 다른 경우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분량이 긴 글 아래에 수없이 달린 많은 각주 형태의 댓글은 소통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글의 특정 부분을 거론하면서 토론해야 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측주만으로 온라인상에서 공동 저술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Quip은 이 문제를 실시간 채팅으로 해결하고자 채팅 창을 공동으로 작업하는 문서 바로 옆으로 가져왔다. 어떤 문서를 보면서 협업자들이 서로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Quip은 말한다. "파일과 씨름하지 말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라(Work with people, not files.)"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