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풍광

에피소드 5 - 부다페스트, 베이스캠프

Senior Magazine 2025. 9. 22. 19:50

부다 언덕의 한적한 주택가

동유럽 여행에서 부다페스트는 내 베이스캠프다.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의 이름을 딴 페렌츠 리스트 공항에서 시내 중심인 데악 페렌츠 광장까지는 공항버스로 약 40분. 헝가리의 물가는 2년 전보다 확연히 올랐다. 그때만 해도 1박 50유로 정도면 데악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깔끔한 중저가 호텔에 묵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당시 스쳐 지나치기만 했던 종군사진가 로버트 카파 센터를 이번엔 꼭 들르리라 했던 계획도 어긋나고 말았다.

숙박비를 아끼려면 도심에서 벗어난 곳을 찾아야 하지만, 교통이 편리한 숙소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2년 전 겔레르트 언덕을 혼자 올랐던 기억이 내게 쓸데없는 자신감을 주었던 걸까. 숙박앱에서의 위치와 사진 속 풍경만 믿고 부다 언덕 쪽 숙소를 선택해 버렸다.

실제 여정은 달랐다. 공항버스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다뉴브강을 건너 조용한 주택가에서 내렸다. 캐리어를 끌고 구글맵을 따라 이면도로로 들어섰을 때까지만 해도, 곧 겔레르트 언덕에 다시 올라 다뉴브강을 내려다보리라는 상상에 설렜다. 그러나 ‘10분 거리’는 울퉁불퉁한 돌길에서 ‘30분 고행’이 되었고, 2층 방에 짐을 올릴 때쯤엔 푸르른 숲과 새소리도 내 숨소리에 묻혔다. 숙소는 좁고 불편했으며, 가장 가까운 식당까지 1.5킬로미터. 한적함은 곧 불편함이었다.

다뉴브강은 멀리 산자락 너머에 있다.

저녁을 포기하고 방에 들어와 지쳐 있던 나를 안쓰럽게 여겼는지, 주인할머니가 팬케이크와 토마토, 뜨거운 물을 가져다주었다. 따뜻한 마음은 고마웠지만, 카타르에서 사온 냉장고 자석 하나로 보답하기엔 내 여행의 교훈이 더 컸다. 숙소비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얻은 건 오히려 피로와 불편이었다. 여행감독이 경고하지 않았던가? 체력을 소진하기 전에 돈으로 막으라고.

다음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 Flix버스를 타기 위해 켈렌펠드 터미널까지 공유택시 ‘볼트(BOLT)’를 불러야 했다. 절약한 숙박비는 택시비와 체력 고갈로 상쇄되었다. 여행자의 발걸음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그날의 나는 단지 그 사실을 조금 더 뼈저리게 배웠을 뿐이다.

Kelenföld 터미널의 자그레브행 Flix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