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풍광

에피소드 6 -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전진캠프

Senior Magazine 2025. 9. 26. 19:04

자그레브 반 옐라치치 광장

부다페스트가 내게 동유럽 여행의 베이스캠프라면,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 여정을 위한 전진캠프다.

부다페스트 켈렌펠드 버스 터미널에서 반바지를 입은 일본 노인을 만났다. 나보다 두세 살은 많아 보였는데, 도쿄 출신이지만 지금은 파리에서 독신으로 살며 고양이는 이웃에게 맡기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출발 직전까지 모바일 티켓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 스마트폰을 뒤적였다. 그는 겨우 탑승했으나 나로서는 상상조차 못 할 태평한 스타일이었다. 좌석이 떨어져 있어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 여행 중 맺은 인연은 여행이 끝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사진을 전송할 목적으로 한두 번의 이메일이나 메신저 교환이 있기는 하겠지만, 국적과 나이를 넘어 친분을 지속하기란 어렵다. 

버스는 헝가리의 벌러턴 호수를 스쳐 갔다. 내륙국가인 헝가리에서 ‘바다’라고 불릴만큼 넓은 호수는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국경을 넘어 크로아티아에 들어서자 낮은 산자락들이 나타났다.  숙소에 짐을 풀고 구시가지까지 걸어 마주한 곳은 반 옐라치치 광장이었다. 광장을 지키는 기마상은 앞다리 한쪽을 들고 있었다. 순간 ‘아, 이 인물은 전쟁 중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겠구나’ 하고 단정 지었다. 오래전부터 믿어온 도시전설 때문이다. 말이 앞다리를 하나 들고 있으면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 두 다리를 들고 있으면 전쟁 중에 전사, 네 다리가 모두 땅에 닿아 있으면 자연사라는 이야기 말이다. 나 역시 그걸 사실로 알고, 종종 아는 체하며 떠들곤 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속설일 뿐이다. AI가 유럽 여러 도시의 기마상을 하나씩 예로 들며 사실확인을 해주었을 때, 쓴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제한된 정보량 속에서 우리 세대는 얼마나 많은 도시전설을 진실로 믿고 허풍을 떨었던가.

자그레브 성 마르카 교회

자그레브는 구시가지에 명소가 모여 있어 한나절이면 대강 둘러볼 수 있다. 성 마르카 교회로 향하는 언덕길은 아기자기했고, 시청사 입구 벽면에 새겨진 니콜라 테슬라의 부조가 특히 눈에 남았다. 대성당 옆의 돌라치 시장에서 신선한 토마토와 납작복숭아를 봉투에 담았다. 유럽의 과일값은 축복이며 특히 납작 복숭아는 내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다.

이제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플리트비체 호수로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