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두 샘에서 발원하여, 차가운 강과 따뜻한 강의 두 줄기가 하나로 모여 숲과 관목을 지나, 농부의 결혼식과 달빛 아래 춤추는 인어들의 원무, 그리고 바위와 폐허, 성과 궁전을 지나가는 블타바 강의 흐름을 그렸다.”
스메타나가 교향시 「블타바」를 발표하며 남긴 말이다.
체스키크룸로프(Český Krumlov)는 블타바(Vltava) 강이 품은 첫 도시이자, 그 선율을 가장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강폭은 부데요비체보다 훨씬 좁고, 물길은 도시를 감싸 안듯 수차례 굽이돈다. 그 유연한 곡선 위로 고풍스러운 붉은 지붕들이 얹혀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악보 위의 음표처럼 보인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예보에 없던 비가 내렸다. 잿빛 하늘 아래 공기는 차가웠고, 보도 위에는 인적이 거의 없었다. 편의점 처마 밑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빗방울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비가 그친 뒤, 천천히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나는 방향감각이 좋지 않아 구글맵의 ‘라이브뷰’를 써도 종종 고초를 겪는데, 이번에도 첫 방향을 잘못 잡았다. 앱은 태연히 ‘계속 가세요’를 반복했고, 결국 정상 거리의 세 배쯤을 반대로 돌아서야 목적지에 닿았다. 그나마 크룸로프의 둥근 지형 덕분이었다. 피로했지만, 인적 드문 거리의 고요함은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젖은 벽돌 냄새와 강물의 흙내,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오히려 한 폭의 수묵화를 완성하고 있었다. 라트란 거리에 접어들자, 마치 누군가 신호를 보낸 듯 사람들이 어디선가 쏟아져 나왔다.

성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말발굽처럼 굽이치며 이어졌다. 자메츠카 정원은 초록의 결을 따라 번져 있었고, 스보르노스티 광장의 파사드들은 서로 다른 색채로 조용한 합창을 이루고 있었다. 반나절이면 충분했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래 남았다.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에곤 실레 아트센터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2년 전, 둘째(현 여행감독)의 손에 이끌려 비엔나 벨베데레 궁에서 요절한 젊은 천재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선은 종이에 손끝을 베인 듯한 아픔을 전했고, 과감한 색채는 고통과 욕망의 경계까지 밀고 나가 있었다.

“나는 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그린다.”
“크룸로프는 죽은 도시처럼 아름답다. 나는 그곳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가 남긴 이 두 문장은, 이 도시에 대한 그의 애증을 가장 잘 보여준다.
미술관 안은 적막했다. 관람객도, 속삭임도 거의 없었다. 그의 작품은 많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조각가들의 전시물이 더 눈에 띄었다. 대신 한쪽 상영관에서 본 영상에서, 그는 이 도시에 머무르며 기이한 연애와 대담한 작품활동으로 보수적인 주민들의 반감을 샀고, 결국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도시를 잊지 못해 이후에도 익명으로 여러 차례 머물렀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그를 내쫓았던 도시는 이제 그의 이름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곳이 되었다. 심지어 그가 머물렀던 작은 호텔까지도.

그리고 올해, 2025년은 「블타바」 초연 150주년. 체스키크룸로프를 흐르는 강은 여전히 같은 리듬으로 노래한다. 기억이 머물다 사라지듯, 그 소리는 도시의 심장에서 지금도 잔잔히 울리고 있었다.
체스키크룸로프에서 시작된 블타바의 물길은 나의 여정과 함께 북쪽으로 이어졌다. 그 끝에는 음악과 건축과 역사가 겹겹이 쌓인 도시, 프라하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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